펜디포(http://www.pendepot.co.kr)에서 0.4mm가 소량 입고되어 구매. 배송기간은 약 2일 정도 걸렸다(경기권, 일산-> 안산).

1. 제품 및 제조사

 1-1. 펜텔(Pentel)

 펜텔社는 거의 70년 동안이나 필기구를 만들어온 일본의 회사로, 제품의 퀄리티가 높기로 전 세계에 명성이 드높은 회사다. 특히 필기구를 제조하는 회사로써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데밍상(Deming Award)을 수여했다. 세계 최초로 0.2, 0.3mm 샤프심을 생산했고, 노크식 샤프를 도입했으며, 하이-폴리머 리드, 롤러 볼, 그라파이트 리드 등 다수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펜텔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Pen + Tell 이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사의 오일 파스텔의 품명인 Painting + Pastel의 합성어에서 뜻만 끼워맞췄다는 얘기도 있지만 무엇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다. 왜냐면 난 일본어를 못하니까(...)

 펜텔의 주력 샤프들은 그래프, 그래프 기어, 메카니카, PMG, 스매쉬, 케리, PG, 오렌즈 등이 있다. PG시리즈와 그래프 시리즈는 분명 다른 시리즈이지만 앞에 모델명에 PG는 동일하게 쓴다.

 1-2. 그래프기어 시리즈

  펜텔의 제도용 샤프. 그래프기어500의 후속작으로 2001년도에 출시되었다. 

(그래프기어 500, 사진출처: 나무위키 그래프기어500)

  전작인 그래프기어 500이 개망해서 그런건진 몰라도 2002년에 출시된 후속작인 그래프기어1000에는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 티가 난다. 출시된 해에 굿 디자인 상을 수여하였다. 그래프기어1000의 모델명은 PG101X를 쓰는데 앞의 1000은 가격이고, 뒤에 X는 3, 4, 5, 7, 9가 각각 샤프심 두께에 따라서 들어간다. 이건 500도 마찬가지고, PG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1-3. 외관

 금속성의 코팅 처리가 되어 은색의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여기에 초록색 프린팅으로 모델명, 제조사, 심경도, 듀얼 그립등에 포인트를 주었다. 참고로 심 두께에 따라서 브라운, 그레이, 블루, 옐로우의 색으로 프린팅과 그립부가 바뀐다.

 역시나 펜텔. 오토사의 슈퍼 프로메카의 로렛가공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립부의 로렛가공이 굉장히 정교해서 금속성의 광택이 죽지 않는다. 위의 사진은 좀 어둡게 나왔지만, 아래 사진처럼 조명이 확실한 곳이라면 로렛가공에서 반사되는 광택이 깔끔하게 인상적이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약간 치약..이나 칫솔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하필이면 내 칫솔을 닮은거지.....여튼 실제로 보면 훨씬 더 고급스럽게 생겼다.

 1-4. 가격

 그래프기어1000 은 일본에서 1000엔이다. 그럼 500은 500엔이냐 하면 실로 그러하다. 1000엔이면 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면 11,000~15,000원 사이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동네에서 좀 큰 문방구에 가도 구할 수 있긴 있을텐데, 아마 바가지를 씌워서 20,000원 가까이 줘야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_처음 오프라인으로 샤프를 구매할 당시 본인의 경험담임. 그렇다고 풀박스로 포장되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차피 벌크로 수입해오는건 똑같은데 단지 그냥 죠낸 더 붙여 받는 것이다(그만큼 중간 유통업자를 거쳤을테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만원 초반대에 이 정도 퀄리티의 샤프라면 매우 합리적이다.

2. 특징

 2-1. 재질

 광택이나 무게 등을 고려해봤을때 외부 경통은 알루미늄 앨로이를 사용한 것 같다. 오래 사용하면 생활기스나 잔기스 정도는 생길 것 같다. 만약 보관시 다른 펜들과의 접촉으로 생기는 기스를 최대한 방지하고 싶다면, 필통이 아닌 필첩을 사용하길 바란다. 펜을 하나씩 따로 꽂아서 돌돌돌 말아가지고 다니는 그런거. 

 2-2. 무게중심

 저중심 혹은 전방 중심 설계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실제 필기할 때의 느낌은 그렇지 않다. 지우개에 올려놓고 균형을 맞춰보면, 거의 한 가운데에서 수평을 이룬다. 주로 무거운 샤프들을 좋아하는 본인은 필기구의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으면 필기할 때 필압이 후달려서 좀 더 많이 손가락에 힘이 좀 더 들어가는 편이다. 똑같은 펜텔사의 저중심 설계 샤프인 케리와 비교보면 케리가 조금 더 수월한 감이 있다. 하지만 굳이 그래프기어 1000을 선택한 이유는 0.4mm 샤프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만약 케리 0.4mm가 있었다면 당장 0.4mm를 구매했을 것이다).

 2-3. 그립감 및 필기감

 그립감은 굉장히 좋다. 로렛가공과 고무돌기의 듀얼 가공이 필기할 때 손에 땀이 많은 사람들도 장시간의 필기에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도움을 준다. 로렛가공으로만 그립부가 형성되어 있는 슈퍼 프로메카혹은 스테들러 925시리즈와 비교하면 미끄러짐이 없다시피하고, 고무로만 그립부가 형성되어 있는 제브라 에어피트 등과 비교해보면 장시간 필기시의 거부감이 매우 적은 편이다. 특수 재질이라던가 공학적인 설계로 인한 손에 달라붙는 것 같은 그립감은 없지만(가격대를 생각하면 양심상 그런 걸 기대하면 안된다), 장시간 필기시에도 다른 샤프로 바꾸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 훌륭한 샤프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무게중심이 가운데에 있다는 정도인데, 아마 그립부의 중량을 생각해서 발표를 저중심, 전방중심 이렇게 소개한 것 같지만 실제로 클립부의 중량과 그립부의 중량이 상쇄되어 샤프의 중간 부분에서 실제 무게중심이 설정된 듯하다. 그래도 그나마 무거운 샤프축에 속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해보면 많이 거슬리는 편은 아니고, 0.4mm의 심두께가 지니는 메리트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범위 내라고 생각한다. 

 2-6. 기타(파이프, 심경도계)

 10회 노크시 0.4mm만큼의 리드를 배출한다. 몇 번이나 해보았는데 정말 딱 정확하게 0.4mm만큼 배출한다.

 심경도계는 선단을 회전하여 그립부를 약간 느슨하게 만든 다음 손으로 고정하고 다시 선단부를 돌려서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좋은 점은 한번 고정시켜두면 웬만해선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고, 단점은 좀 귀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렇게 나사를 돌리듯이 고정시키는 방식이 이동중이나 보관중에 심도계가 마음대로 바뀌어져 있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본인에게는 필기를 시작할 때 '아차, 이 샤프가 아니구나' 하는 정도이지만, 반직업적으로 제도용이나 드로잉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